국보 183호 금동관세음보살 입상 |
국보 184호 금동관세음보살 입상 |
| 극락정토의 주인, 아미타불을 공경하다 |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 …”
많이 듣던 말이다. 붓다의 가르침(불교)을 믿는 사람들이 가장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말이다. 아미타불을 진심으로 공경하며 믿는다는 뜻이다. 여섯 글자로 되어 있어서 육자명호(六字名號)라고도 한다. “나무아미타불”의 이름을 읽고 외우고 되새김으로써 사람들은 아미타불이 주관하는 극락정토에 태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나무아미타불”이라고 외우는 것은 제발 극락정토의 주인이신 아미타불에게 그 곳에 태어나게 도와달라고 애원하는 행동이다. |
| 불교에서는 정토에 태어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출가한 승려들이야 붓다의 말씀(경전)을 되새기고 실천하면 되지만, 글을 읽지 못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경전의 말씀이 너무 어렵다. 그래서 육자명호를 외우는 것으로 극락정토에 태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칭명염불(稱名念佛), 즉 붓다의 이름을 외우면서 붓다를 마음에 새기는 것이 일반인들에게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던 것이다. |
| 칭명염불이 유행하면서 염주(念珠)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염주는 염불하는 횟수를 기억하기 위하여 사용된다. 염주를 수주(數珠)라고 하는 것도 그러한 연유다. 칭명염불은 중국의 산시성[山西省] 타이웬[太原] 지역에서 6세기 후반에 유행하였던 아미타정토신앙과 관련된다. 처음에는 콩을 작은 보자기에 담아 한번 명호를 외울 때마다 다른 보자기로 옮겨 담으면서 염불의 횟수를 헤아렸다고 한다. 이후 콩에 구멍을 뚫고 실로 꿰어 108개나 이와 관련되는 54개, 27개의 숫자로 염주를 만들었다고 한다. |
| 칭명염불이 유행하기 전에는 “아미타”의 뜻인 “무량수불(無量壽佛)”이나 “무량광불(無量光佛)”의 이름이 주로 사용되었다. 7세기 이전에 조성된 많은 불상들에서 아미타불보다 무량수불이라는 명문이 확인되는 것도 다 이런 이유에서다. 왜 “나무무량수불”이라 하지 않고 “나무아미타불”이라고 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무량수불 대신에 아미타불이 많이 사용된 것은 칭명염불신앙의 유행과 관련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
| “나무아미타불”이라고 하면, 으레 “나무관세음보살(南舞觀世音菩薩)”이나 “나무대세지보살(南舞大勢至菩薩)”이 뒤따른다. 극락정토를 주관하는 아미타불을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이 옆에서 보좌하기 때문이다. 중앙에 보병(寶甁, 깨끗한 물을 담은 병)이 장엄된 보관을 착용한 대세지보살과 달리, 관세음보살은 실제로 아미타불을 모시듯이 보관 중앙에 화불(化佛, 아미타불의 분신)이 새겨져 있다. 감산사 석조미륵보살입상과 같이 예외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관세음보살상은 보관에 화불이 표현되어 있다. |
아미타래영도, 고려 1286년 |
국보 182호 선산 출토 금동여래입상, 8세기 초 |
보석 장엄 속 인간적인 미소가 돋보이는 보살상
당나라에서 7세기 전반에 아미타정토신앙이 유행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7세기 중반부터 보관에 화불이 표현된 관세음보살상이 조성되기 시작한다. 1976년, 경상북도 선산군 고아면 봉한리에서 출토된 2존의 금동관세음보살입상은 대표적인 예다. 이들 보살상은 7세기말에 조성된 금동불입상(40.3센티미터)과 같은 곳에서 출토되었다. 비록 같은 곳에서 발견되었지만, 양식적으로나 주조기법적으로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서 원래 함께 조성되었던 것 같지는 않다. |
| 금동관세음보살입상은 각각 33센티미터(국보 183호)와 34센티미터(국보 184호)로서, 15센티미터 내외의 일반적인 금동상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크다. 비록 이들 보살상에 대한 어떠한 기록도 남아 있지 않지만, 보관에 화불이 표현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관세음보살일 가능성이 높다. |
| 선산출토 금동관세음보살상들은 초기 금동불과 같이 안 틀이 없이 바깥 틀을 이용하여 만든 충실형 주조법으로 만들어졌다. 이러한 주조법은 초기의 금동불상 제작에 많이 사용되었는데, 불상 속도 청동으로 채워져 있어서 무거운 편이다. |
| 보살상들은 7등신의 늘씬하고 안정된 모습과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있는 얼굴 등 비례와 균형, 표현력에서 어떤 보살상보다도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다. 몸체의 윤곽을 따라 유기적으로 처리된 법의 자락과 보살의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섬세하고 화려한 장엄을 통하여 조각가의 수준 높은 관찰력과 묘사력을 읽을 수 있다. |
| 국보 183호 금동관세음보살입상은 부드러운 모습 뿐만아니라 보살상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는 편단우견식의 착의법과 삼굴[(三屈) 혹은 삼곡(三曲), 발목과 무릎, 허리 등 몸의 세 곳을 살짝 비틀어 동적인 면을 부각시킨 기법)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한편 국보 184호 금동관세음보살입상은 국보 183호 보살상과 달리, 앞뒷면을 좌우 대칭적으로 표현하였다. 그러나 오른손으로 영락을 잡아당기는 등 부분적으로 변화를 줌으로써 전혀 경직된 느낌은 주지 않는다. 특히 이 보살상에서 주목되는 것은 보석 장엄으로, 이는 중국 북제와 수대의 보살상에서 흔히 보이는 특징이다. |
| 보통 사람들에게나 있을 법한 인간적인 미소를 머금고 있는 상호와 비틀고 있는 몸, 보석이 박힌 영락 장엄이 금동관세음보살상의 모습이라고 하더라도 예배상이 지녀야 할 종교성은 잃지 않고 있다. 오히려 보살상의 이러한 인간적인 모습이 “나무관세음보살”을 외우던 사람들에게 보다 더 친근감을 주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
국보 183호 금동관세음보살 입상 뒷면 |
국보 184호 금동관세음보살 입상 뒷면 |
- 글
- 배재호 |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
-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 하버드대학 방문학자, 대통령실 정책자문위원(문화재), 용인대학교 문화재대학원장을 역임하였고, 현재 용인대학교 문화재학과 교수,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불교신문 논설위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당대불교조각](2003), [중국의 불상](2005), [동양미술사](2006, 공저), [세상은 연꽃 속에](2006), [연화장세계의 도상학](200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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