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상홍리 공소 전경
병인박해 이후 각지에서 피난해 온 신자들이 주축이 되어 성장한 상홍리
중복을 며칠 앞둔 작년 7월 25일 서산본당 관할의 상홍리공소에서 ‘한옥교회건축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모색’
이라는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공소가 생긴 이래 외부인들이 가장 많이 모인 이날 공소신자들은 떡과 막걸리,
냉식혜로 손님들을 맞았고, 폭염 속에 좁은 공간을 가득 메운 참석자들은 연신 선풍기와 부채질 속에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거의가 사라진 초라한 한옥교회가 무슨 의미가 있다고 이 더운 날씨에 난리들인가? 대부분 의아해 하는 분위기에서
시작된 세미나는 4시간 넘게 계속되었고, 발표자, 토론자, 신자들은 시간이 갈수록 초기교회로의 시간여행에 빠져들었다.
2010년 주교회의 문화위원회 세미나와 2011년 전라북도 세미나가 있었지만 현지에서 처음 열린,
그것도 거론되는 한옥교회건물 중 가장 작은 이 상홍리공소의 세미나는 신자들과 지역주민들,
그리고 문화재청과 기초지자체의 담당자들이 함께 뜻을 나누었다는 데에 의미가 컸다.
‘가재’라 불리는 상홍리는 병인박해 이후 각지에서 피난해 온 신자들이 주축이 되어 성장하였다.
새로 생긴 공소임에도 불구하고 초기부터 서산 지역에서는 가장 큰 공동체로 시작했으며, 1910년대 이후부터는
100명이 넘는 신자 수를 줄곧 유지했다. 1920년(혹은 1919년) 금학리에 있던 본당이 상홍리로 옮겨짐으로써 한옥성당과
사제관이 지어졌다. 당시 본당은 교육과 문화면에서도 우수한 특징을 보였다. 청년들의 모임인 ‘천주교 친목회’
가 결성돼 활발한 활동을 펼쳤고, ‘천주교 요리’라는 교리책을 자체 제작해 단계별 학습을 지원했으며,
농번기 탁아소 등 다른 곳에서는 보기 드문 사회복지 활동도 이어갔다. 1935년 해미 순교자들의 유해가
상홍리에 모셔짐으로써 순교자 현양운동의 구심점이 되기도 했다.
상홍리 공소 1938년도 사진
상홍리 공소는 규모는 작지만 전통적 한옥의 형태와 구조로 바실리카식(삼랑식) 공간을 구현한 성당으로
대한 성공회 강화성당과 비교되는 건물이다. 프랑스 선교사 폴리신부 주도하에 한국인, 일본인 및 중국인
목수 그리고 지역주민이 함께 힘을 모아 건립하였다. 평면은 동서방향으로 종축을 이룬 장방형으로 정면
횡간이 좌우 툇간을 합쳐 5칸이며, 측면 종간은 도리칸으로 앞뒤 툇간을 합쳐 7칸이다. 좌우 툇간은 좁은 외부 회랑이고,
뒤 툇간은 제의실이다. 내부공간은 3×6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구조는 2고주 5량의 중층구조로 주랑에서
본 내부벽면은 1층의 아케이드와 고측창(클리어스토리)의 2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단에는 원죄 없이 잉태하신 성모상을 중심으로 성요셉과 예수성심 성화가 좌우로 걸려 있고,
옛 제대와 현 제대가 나란히 공존한다. 또 십자가의 길 14처, 남녀로 나눠 고해성사를 줬다는 고해소,
장궤틀 등도 옛 신앙의 향기를 고스란히 전한다. 모두가 건립 당시 폴리 신부가 프랑스에서 들여왔다고 한다.
성당 정면에는 3×1칸의 삼문형식의 종루가 있다. 종루는 1940년에 해체되었던 것을 1986년에 복원하였는데
정면 3칸, 측면 1칸의 8개 원주가 팔작지붕을 받치고 있으며, 기둥 사이를 막지 않고 개방하여 피로티
공간을 통해 성당을 진입하게 하였다. 삼문은 다락층을 두었는데 종루 중앙칸은 보다 높게 하였으며,
‘天主堂’이란 현판이 걸려있다.
상홍리 공소 내부
한옥교회는 동서 문화가 융합된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문화유산이다. 구체적으로는 그리스도교 전례의
기능과 상징성을 위해 중세 바실리카식 공간을 갖췄을 뿐 아니라, 유교의 관습과 불교건축의 의장 요소가 함께 어우러져 있다.
글: 김정신 | 단국대학교 교수
단국대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 카톨릭 성당건축사],
[유럽 현대교회건축], [건축가 알빈신부]가 있다.저자의 책 보러가기 | 인물정보 더보기
자료: 제공문화재청헤리티지채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