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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오스(Eo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새벽의 여신이다. 로마 신화에서는 아우로라(Aurora)에 해당한다. 티탄 신 히페리온(Hyperion)이 남매인 테이아(Theia)와 결합해 세 남매를 낳았는데, 태양신 헬리오스(Helios)와 달의 여신 셀레네(Selene), 그리고 에오스가 바로 그들이다. 이처럼 에오스는 원래 티탄신의 계보에 속하는 신이었지만 제우스가 티탄 신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올림포스 신들의 시대를 개막한 이후에도 여전히 그 신격이 유지되었다. 그녀의 남매인 헬리오스와 셀레네가 각각 아폴론(Apollo)과 아르테미스(Artemis)에게 그 신격을 양도하면서 후자와 동일시된 것과는 다소 다른 양상이다. 이에 새삼 에오스라는 여신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
| 밤의 장막을 걷고 아침을 여는 새벽의 여신 |
| 태양을 주관하는 티탄 히페리온의 핏줄답게 세 남매는 빛을 관장한다. 헬리오스는 태양의 빛을, 셀레네는 달빛을, 에오스는 새벽의 빛을 담당한다. 호메로스의 표현에 따르면 '장밋빛 손가락'으로 불리는 에오스는 그 손으로 밤의 장막을 걷어내고 신과 인간에게 빛을 가져다준다. 그녀의 외양에 대해서도 전해지는데 날개 달린 말이 이끄는 황금 마차를 타고 사프란색(진한 노란색)의 망토를 휘날리며 어둠을 거두는 모습으로, 또는 그녀의 몸에 돋은 한 쌍의 날개를 펼쳐 날아오르는 모습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그녀가 지나간 뒤에는 헬리오스의 강한 태양빛이 잇따른다. |
알퐁스 아폴로도르 칼레, [오로라의 기상], 1803년파스텔화, 파스텔, 45×100cm. 앙투안 레퀴에 미술관 소장 |
| 이처럼 밤과 낮을 연결하는 역할로서, 다른 신들에 비해 크게 두드러질 것 없었던 여신 에오스가 인간과의 안타까운 연애담의 주인공이 된 것은 그녀의 사랑스러운 모습에 반한 군신(軍神) 아레스(Ares) 때문이었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Aphrodite)는 자신의 연인 아레스를 매료시키고 그와 사랑을 나눈 에오스에게 몹쓸 저주를 내리고 만다. 앞으로는 신이 아닌 필멸의 인간 남성들만을 사랑하도록 한 것이다. |
안 루이 지로데 드 루시 트리오종, [오로라 (아침의 별)], 19세기경유화, 콩피에뉴 성 소장 |
| 불멸의 생을 얻었으나 매미가 된 티토노스 |
| 트로이의 왕자 티토노스(Tithonos) 역시 에오스가 열렬히 사랑한 인간이었다. 기록에 따르면 에오스는 티토노스에게 한눈에 반해 그를 납치해왔다고 전하는데, 기원전 5세기 경에 제작된 도기화는 이 내용을 토대로 한 장면이다. 그녀는 납치까지 감행해 데려온 티토노스와 언제까지나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제우스를 찾아가 그에게 불사의 생을 허락해달라고 애원했다. 제우스는 에오스의 간절한 청을 들어주었다. 과연 티토노스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죽지 않았다. 다만 계속해서 늙어갈 뿐이었다. 불사의 생은 얻었으나 깜박 잊고 불로의 생은 미처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
1 작자미상, [적회식 크라테르, A면 : 에오스와 티토노스 (추격 장면)], BC 440고대 그리스/로마/에트루리아 유물, 세라믹, 높이 28.3, 지름 31.7cm, 루브르 박물관 소장 |
2 루이 장 프랑수아 라그레네, 서둘러 떠나는 아우로라, 18세기경캔버스에 유채, 121×170cm,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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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의 신고전주의 화가 루이 장 프랑수아 라그레네(Louis-Jean-François Lagrenée)의 작품에는 수염이 덥수룩한 노인 티토노스와 새벽의 빛을 전하러 서둘러 떠나는 에오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마치 바구니에 담긴 분홍색 장미꽃 인양 뺨에 홍조를 띤 여신은 젊고 아름답다. 반면 노인은 그러한 여신을 애처로이 바라보며 힘 없는 팔로 그녀에게 떠나지 말라고 애원하는 듯하다. |
| 그러나 아침을 여는 새벽의 여신과 저물어가는 황혼 녘의 노인은 함께 할 수 없는 법이다. 에오스는 노쇠해져 더 이상 움직일 수조차 없는 티토노스를 보는 것이 고통스러워 그를 방에 가둬버렸다. 그러자 한동안 "에오스! 에오스!"하고 부르는 구슬픈 소리가 이어지더니 결국 그는 매미로 변해버렸다. |
| 케팔로스를 납치하고 그의 아내 프로크리스를 시험하다 |
|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Metamorphoses)』 에는 에오스의 적극적인 애정 공세에 시달리다 결국에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 청년 케팔로스(Cephalus)의 이야기가 전한다. 그나마 티토노스와는 서로 사랑했던데 반해 케팔로스는 결혼한 지 두 달 밖에 안된 새신랑으로, 사랑하는 아내 프로크리스(Procris)가 있었다. 에오스는 사슴 사냥 중인 케팔로스를 이번에도(!) 납치해왔다. 그러나 케팔로스는 아내에 대한 정절을 맹세하며 에오스를 거부했다. 할 수 없이 여신은 케팔로스를 유혹하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 그의 마음속에 아내의 정조관념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키도록 했다. |
1 페테르 파울 루벤스, [케팔로스를 납치하는 아우로라], 1636년경~1637년경유화, 오크 패널에 유채, 30.8×48.5cm, 런던 내셔널 갤러리 소장 |
2 니콜라 푸생, [케팔로스와 에오스], 1630년경유화, 캔버스에 유채, 130.5×96.5cm, 런던 내셔널 갤러리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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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신이야기』에서 이 일화의 화자로 등장하는 케팔로스는 여신이 자신으로 하여금 아내의 정절을 떠보게 만들었다고 고백한다. 여신의 도움으로 다른 사람으로 변신한 그는 집에 돌아가 아내에게 하룻밤의 대가로 상당한 재산과 선물들을 약속함으로써 그녀를 흔들리게 만들었다. 그러자 케팔로스는 본 모습을 드러내며 프로크리스를 크게 비난했고 그녀는 수치심에 집을 뛰쳐나가 정처 없이 떠돌다가 아르테미스 여신에게로 가서 그녀의 무리가 되었다.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케팔로스는 아내를 찾아와 용서를 구했고 아르테미스 여신의 중재로 둘은 화해하게 된다. |
클로드 르 로랭, [디아나의 힘으로 재회한 케팔로스와 프로크리스가 있는 풍경], 1645년유화, 캔버스에 유채, 132×102cm, 런던 내셔널 갤러리 소장 |
| 이대로 이야기가 끝났으면 좋으련만, 케팔로스의 진술은 계속된다. 애초에 이 변신 일화는 케팔로스가 자신의 창에 얽힌 비극적인 사건을 풀어놓기 위해 시작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프로크리스와 행복하게 수년간을 지내던 케팔로스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사냥을 나갔다. 그는 아르테미스 여신으로부터 아내가 받아 온 사냥개와 창을 들고 사냥을 하던 중 잠시 휴식을 취하며 노래를 불렀다. 그런데 그가 부르는 노랫말을 연인에게 속삭이는 밀어로 오해한 사티로스(Satyros)가 프로크리스에게 달려가 이른 것이다. 프로크리스는 그 길로 숲으로 가서 몰래 케팔로스를 뒤쫓았다. 그러고는 그의 노랫소리를 듣고 한숨을 내쉬었고, 이에 케팔로스는 사냥감이 다가온 줄 알고 냅다 창을 던져 명중시켰던 것이다. |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 [케팔로스와 프로크리스], 18세기경유화, 캔버스에 유채, 78×178cm, 앙제 미술관 소장 |
| 익숙한 음성의 비명 소리를 듣고 달려간 케팔로스는 자신도 모르게 저지른 끔찍한 사건에 말문이 막혔다. 상처를 싸매며 그녀를 살려보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여신의 사랑을 거절한 대가였을까, 아니면 에오스에게 내려진 아프로디테의 저주가 사슬처럼 이어진 것이었을까. 어쨌든 에오스는 케팔로스 이외에도 사냥꾼 오리온(Orion)과 미청년 클레이토스(Clitus)와 같은 인간들에게 반해 또 다른, 그러나 비슷하게 허무한 결말의 사랑의 일화들을 만들어냈다. |
- 글 이민수 | 미술칼럼니스트
-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 졸업,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인간, 사회 그리고 미술의 상호 관계와 이 세가지가 조우하는 특정 순간을 탐구하는 데에서 미술사학의 무한한 매력을 느낀다. 보다 가까운 미술사, 소통하는 미술사에 대해 고민하며 집필 및 강의 활동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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