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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가소스(Pegaso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성한 동물로 날개 달린 말의 형상을 하고 있다. 대체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성성(神聖性)이 부여된 동물은 흰색을 띤다. 그래서인지 페가소스 역시 백마(白馬)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지만 화가에 따라 다르게 묘사되기도 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페가소스에 관한 일화들을 살펴보면 주로 영웅들의 활약을 돕는 보조 역할을 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웅을 태우고 자유자재로 하늘을 날고 지상을 달리며 괴물을 물리치는데 일조하는 페가소스의 이야기는 수많은 미술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그 작품들을 페가소스 신화와 함께 오늘의 미술에서 만나보자. |
| 메두사의 잘린 머리에서 태어난 페가소스 |
| 먼저 페가소스의 탄생 일화부터 살펴보자. 다수의 신화 기록자들에 따르면 페가소스의 어미는 괴물 메두사(Medusa)이며 아비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Poseidon)이라고 전해진다. 이는 아마도 원래 미녀였던 메두사가 포세이돈과 사랑에 빠져 아테나(Athena) 여신의 신전에서 일을 벌이다 들키게 되고, 그 죄의 대가로 흉측한 괴물이 되었다는 이야기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인 헤시오도스(Hesiod)는 『신통기』에서 영웅 페르세우스(Perseus)가 칼로 메두사의 머리를 베자 그로부터 뿜어 나온 핏방울에서 천마 페가소스와 황금 검의 용사 크리사오르(Chrysaor)가 태어났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 다른 전승으로는 포세이돈이 메두사의 주검 속에서 잉태된 자식들을 구해냈다고 한다. |
발다사레 페루치, [페르세우스와 페가수스], 1510-1511년프레스코화, 파르네시나 별장 소장. |
| 여기서 잠깐 페르세우스를 소개하자면 그는 아르고스의 왕 아크리시오스(Akrisios)의 딸 다나에(Danae)와 신들의 왕 제우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외손자에게 죽임을 당할 것이라는 신탁에 따라 아크리시오스는 다나에와 갓 태어난 페르세우스를 쫓아냈고, 이 때부터 페르세우스의 모험이 시작된다. 우여곡절 끝에 페르세우스는 메두사의 머리를 갖고 오는 임무를 맡게 되었는데 이 때 도움을 준 이가 바로 여신 아테나이다. 메두사는 머리카락이 수천 마리의 뱀으로 되어 있고 그녀의 눈과 마주치는 순간 상대방을 돌로 만들어버리는 무시무시한 괴물이었다. 페르세우스는 아테나의 방패를 얻어 여신이 가르쳐준 대로 방패에 비친 메두사를 보고 검을 휘둘러 그 목을 벨 수 있었다. |
1 르네 앙투안 우아스, [메두사와의 싸움에 사용할 방패를 페르세우스에게 돌려주는 미네르바], 1661년경~1715년경캔버스에 유채, 108×x141cm, 베르사이유와 트리아농 궁 소장 |
2 아놀드 뵈클린, [메두사의 머리], 19세기경조각, 오르세 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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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 페르세우스는 메두사의 머리를 가지고 돌아오는 길에 이디오피아의 공주 안드로메다(Andromeda)가 바다 괴물에게 제물로 바쳐지는 것을 보고 그녀를 구출하게 된다. 화가들은 이 때 종종 페가소스를 타고 날아오는 페르세우스의 모습을 묘사하곤 했는데, 일반적으로 전령신 헤르메스에게 빌린 날개 달린 신발을 신고 날아 다니는 모습이 많이 그려졌다. 19세기 프랑스 화가 귀스타브 모로(Gustave Moreau)가 그린 [안드로메다]와 17세기의 화가 피에르 미냐르(Pierre Mignard)가 그린 같은 주제의 작품이 바로 페가소스가 등장하는 예이다. 두 작품 모두에서 페가소스는 날개가 달린 백마로 묘사되어 있다. |
1 귀스타브 모로, [안드로메다], 19세기경캔버스에 유채, 귀스타브 모로 미술관 소장 |
2 피에르 미냐르, [안드로메다를 해방시키는 페르세우스], 17세기경캔버스에 유채, 루브르 박물관 소장 |
| 무사이 여신들이 사는 헬리콘 산에 샘을 만들다 |
| 한편 포세이돈의 핏줄답게 페가소스 역시 물과 관련이 깊다. 페가소스가 샘을 뜻하는 그리스어 ‘페가에(pegae)’를 어원으로 한다는 점이 그러하며, 또한 페가소스가 말발굽으로 땅을 차서 만들었다는 두 개의 샘물에 관한 일화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두 개의 샘 가운데 하나는 트로이젠에 있고 다른 하나는 학예를 관장하는 무사(Musa) 여신들이 사는 헬리콘산에 생겼다. 어느 날 무사 여신들이 다른 이들과 음악대결을 펼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뜨거운 대결의 열기에 헬리콘 산이 부풀어올랐고 페가소스는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말발굽으로 세차게 눌렀다. 그러자 땅이 패이고 그 자리에 물이 고여 샘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
1 세자르 반 에베르딘겐, [파르나소스의 네 명의 무사 여신과 페가소스], 1650년경캔버스에 유채, 340×230cm, 헤이그 하위스텐보스 소장 |
2 오딜롱 르동, [페가소스를 탄 뮤즈], 1900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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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웅 벨레로폰에게 길들여져 키마이라를 퇴치하다 |
| 그러나 무엇보다도 페가소스에 관한 가장 유명한 일화는 코린토스의 왕자 벨레로폰(Bellerophon)을 도와 괴물 키마이라(Chimaera)를 물리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벨레로폰은 죄를 짓고 코린토스에서 쫓겨나 잠시 아르고스로 피신해 있던 차에 아르고스 왕비로부터 유혹을 당한다. 그러나 벨레로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왕비는 왕인 프로이토스(Proetos)에게 오히려 벨레로폰이 자신을 유혹했다고 일러바쳤다. 프로이토스는 벨레로폰에게 편지를 한 통 주어 리키아의 왕 이오바테스(Iobates)에게로 보냈다. 이오바테스는 프로이토스의 장인이었고, 그 편지에는 당신의 딸을 유혹한 이 남자를 죽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
| 이오바테스는 벨레로폰에게 리키아를 위협하는 괴물 키마이라를 퇴치해달라고 부탁했고, 아무것도 모르는 벨레로폰은 이를 수락했다. 키마이라는 상체는 사자와 산양과 비슷하고 엉덩이에는 용 꼬리가 나 있으며 불을 뿜어대는 무서운 괴물이었다. 벨레로폰은 먼저 예언자 폴리이도스(Polyidus)를 찾아가 천마 페가소스를 데리고 가되, 오늘 밤은 아테나 신전에서 자라는 조언을 얻었다. 그날 밤 신전에서 잠든 벨레로폰의 꿈에 실로 아테나 여신이 나타나 황금 말고삐를 건네주었다. 벨레로폰은 코린토스의 피레네 샘물 가에 있던 페가소스를 찾아내 순순히 고삐를 채우고는 그 천마를 타고 날아가 키마이라를 물리칠 수 있었다. |
1 페테르 파울 루벤스, [페가소스를 타고 키메라를 무찌르는 벨레로폰], 17세기경패널에 유채, 34×27.5cm, 보나 미술관 소장 |
2 베르톨도 디 지오반니, [벨레로폰과 페가소스], 1486년경청동, 높이 32.5cm, 비엔나미술사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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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가소스를 손에 얻은 벨레로폰은 이후 이오바테스 왕이 내린 까다로운 임무들도 손쉽게 해결하고 마침내 이오바테스로부터 신의 가호를 받는 영웅임을 인정받았다. 그리하여 리키아의 공주와 결혼해 왕위 계승자가 되었다. 그러나 벨레로폰은 그 뒤부터 기고만장해져 신들을 업신여기기 시작했다. 페가소스를 타고 올림포스 산까지 올라온 벨레로폰의 오만함에 진노한 제우스는 등에 한 마리를 보내 천마를 물게 했다. 페가소스는 놀라서 몸을 비틀었고 타고 있던 벨레로폰은 그대로 낙마하여 장님에 절름발이의 비참한 신세가 되었다고 한다. 제우스는 페가소스를 데려다 자신의 마구간에서 지내게 하면서 벼락을 운반시켰다고 한다. 그리고 죽은 뒤에는 하늘의 별이 되게 했는데, 그것이 바로 페가수스 자리이다. |
- 글 이민수 | 미술칼럼니스트
-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 졸업,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인간, 사회 그리고 미술의 상호 관계와 이 세가지가 조우하는 특정 순간을 탐구하는 데에서 미술사학의 무한한 매력을 느낀다. 보다 가까운 미술사, 소통하는 미술사에 대해 고민하며 집필 및 강의 활동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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