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_ 예술/작품 사진 |
|
작성자 |
|
[작성일 : 2015-06-09 03:15:53 ]
|
|
제 목 |
|
|
 |
| 오이디푸스(Oedipu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가장 비극적인 인물 가운데 하나이다. 장차 아버지를 죽일 운명으로 태어나 친부모에게 버려지고 양자로 자랐으나 결국에는 자신도 모르게 그 운명을 실현하고 마는 오이디푸스. 금기중의 금기 친부 살해와 어머니와의 근친상간이라는 실로 자극적인 소재로 이루어진 이 이야기는 호메로스(Homeros)와 헤시오도스(Hesiodos)를 비롯한 고대 서사시인들의 작품에서 단편적으로, 이후 기원전 5세기경에 성행한 그리스 비극 작품들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졌다. 특히 비극시인 소포클레스(Sophokles)의 [오이디푸스 왕]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비극의 모든 요건을 갖춘 가장 짜임새 있는 드라마”라고 극찬했을 만큼 최대 걸작으로 평가되며 후대의 문학과 미술에 표현된 오이디푸스 신화 장면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문학계의 상황과는 달리 오이디푸스 이야기를 다룬 미술 작품들은 19세기 들어서야 비로소 활발하게 제작되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으며 어떤 작품들이 전해지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
| 역사화의 주제로는 부적합했던 비윤리적 소재 |
| 19세기 프랑스 신고전주의 화가로 잘 알려진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Jean Auguste Dominique Ingres)가 그린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푸는 오이디푸스]는 1827년 살롱전에 출품된 작품이었다. 앵그르는 1808년 로마 유학 당시 역사화의 주제로는 거의 채택된 바 없던 오이디푸스 신화를 묘사하여 과제로 제출한적이 있었는데, 이 그림이 바로 그것을 보완해 완성한 작품이다. 화면 안에는 완벽한 신체 비율을 자랑하는 한 젊은 남성이 한쪽 발로 바위를 딛고 그 무릎위로는 팔꿈치를 괸 채, 상체를 내밀어 앞에 있는 상대를 또렷이 응시하고 있다. 그가 마주한 이는 여인의 얼굴과 가슴, 그리고 새의 날개를 지녔지만 그 아래로는 사자의 몸통과 네 다리를 지닌 괴물, 바로 스핑크스이다. 앵그르는 도시 테바이로 향하는 길목에서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수수께끼를 던져 이를 풀지 못하면 잡아먹는 스핑크스와 맞닥뜨린 오이디푸스를 그린 것이다. |
앵그르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푸는 오이디푸스] 1808~1825년
캔버스에 유채, 189cmx144cm, 루브르 박물관
© Photo RMN, Paris - GNC media, Seoul |
‘부은(oideō) 발(pous)’이라는 뜻과 함께 ‘발(pous)을 안다(oida)’라고도 풀이되는 이름을 가진 오이디푸스는 스핑크스가 낸 발에 관한 수수께끼, “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지만 (아침에는)네 발이고 (낮에는)두 발이며 (저녁에는) 세 발인 것은 무엇인가?”에 “그것은 인간이다”라고 답한다.
사실상 오이디푸스 신화는 윤리적이고 교훈적인 성격의 역사화 주제로는 부적합한 것이었다. 신화의 내용을 요약해보자. 아들이 태어나면 그로 인해 죽임을 당할 것이라는 신탁에도 불구하고 테바이의 왕 라이오스는 왕비 이오카스테와의 사이에서 아들 오이디푸스를 낳았다. 신탁이 실현될까 두려워한 왕과 왕비는 오이디푸스의 발뒤꿈치를 꿰어(혹은 묶어) 산속에 내다 버렸으나 운 좋게도 마침 아들이 없던 코린토스 왕 폴뤼보스의 양자로 입양되어 오이디푸스(부은 발)라는 이름으로 키워진다.
그러나 입양된 것을 모르는 소년 오이디푸스는 장차 아비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게 된다는 델포이의 신탁을 듣고 코린토스 반대 방향으로 길을 떠나 테바이 삼거리까지 오게 되었다. 그곳에서 지나가는 마차 행렬과 시비가 붙고 혈기왕성한 오이디푸스는 마차에 타고 있던 그의 친아버지 라이오스를 죽이고 도망친 수행원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도 몰살시킨다.
화면 속 오이디푸스의 오른손 검지 손가락은 인간인 그 자신을 가리킴으로써 스핑크스의 수수께끼에 답하고 있다. 풀려버린 수수께끼에 망연자실한 스핑크스의 굳어진 표정이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드러난다. 분노한 스핑크스는 이내 절벽 아래로 몸을 던져 죽음을 택한다.
|
| 이후 테바이 길목에서 만난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고 테바이의 영웅이 된 오이디푸스는 미망인 이오카스테(그의 어머니!)와 결혼하고 테바이의 왕이 되었다. 이처럼 성서와 신화에 나오는 여느 영웅들과는 달리 오이디푸스는 비록 모르고 행한 것이지만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기구한 운명의 주인공이었다. |
| 이러한 까닭에 오이디푸스 신화 주제가 미술 작품 전반에 등장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18세기 계몽주의 이후 인간의 이성뿐만 아니라 감성의 중요성 역시 제기된 시점에 와서야 가능했던 것이다. 앵그르의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푸는 오이디푸스]는 바로 그 시점에 제작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
| 상징주의 화가들을 매료시킨 치명적인 소재 |
| 앵그르 이후 오이디푸스 신화에 매력을 느낀 이들은 단연코 상징주의자들이었다. 상징주의의 효시로 불리는 귀스타브 모로(Gustave Moreau)는 그 대표적인 화가로 꼽힌다. 그는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를 주제로 다수의 스케치와 드로잉을 남겼으며, 1864년 살롱전에 첫 출품한 같은 주제의 유화는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작품에 묘사된 스핑크스와 오이디푸스가 자아내고 있는 미묘한 분위기이다. 화면 속 스핑크스는 오이디푸스를 해하고자 덤벼들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유혹하듯 매달려 있는 것일까? 앵그르의 작품에서도 어느 정도 감지된바 있는 이러한 갈등은 모로의 작품에서 더욱 증폭된다. 떠올려보면 오이디푸스 신화에 나오는 스핑크스와 수수께끼는 둘 다 상대로 하여금 매혹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19세기 후반의 상징주의자들은 치명적인 유혹의 속성을 지닌, 반은 여인이고 나머지 반은 맹수의 모습을 한 스핑크스에 매료되었던 듯하다. |
귀스타브 모로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 1864년
투사지에 펜으로 소묘, 22.4cmx11.8cm, 귀스타브 모로 미술관 |
귀스타브 모로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 1864년
캔버스에 유채, 206cmx104cm,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
| [스핑크스 (또는 애무)]는 그러한 경향의 예이다. 허리에 고대 의상을 두른 미소년으로 묘사된 오이디푸스는 여인의 얼굴과 표범의 몸체를 가진 스핑크스와 뺨을 맞대고 있다. 지긋이 눈을 감은 채 입가에 알 수 없는 미소를 머금은 스핑크스는 왼쪽 앞발을 오이디푸스의 배에 대고 자기 쪽으로 더욱 끌어당기는 듯하다. 이에 다소 긴장된 표정의 오이디푸스는 정면의 관람자를 바라보고 있다. |
페르난트 크노프 [스핑크스, 또는 애무] 1896년
캔버스에 유채, 50cm×150cm, 벨기에 왕립미술관 소장 |
| 독일 출신의 프란츠 폰 슈투크(Franz von Stuck) 역시 스핑크스를 주제로 여러 작품을 제작한 상징주의 화가이다. 그가 그린 [스핑크스의 키스]는 붉은 배경 안에서 풍만한 가슴을 드러낸 스핑크스가 젊은 남자와 격정적인 입맞춤을 하고 있는 순간을 보여준다. 남자의 등을 감싸 안은 팔은 희고 부드러운 여인의 것이 아니라 털로 뒤덮인 맹수의 것이다. 입맞춤이 끝나고 난 뒤 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남자가 오이디푸스라면 스핑크스가 죽음을 맞이했을 테고, 그가 지나가는 행인이었다면 스핑크스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 슈투크는 스핑크스를 아예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남성을 유혹해 위험에 빠뜨리는 팜므 파탈(femme fatale)로 묘사하기도 했다. |
 |
 |
| 1 프란츠 폰 슈투크 [스핑크스의 키스] 1895년 캔버스에 유채, 160x144cm, 부다페스트 국립미술관 |
| 2 프란츠 폰 슈투크 [스핑크스] 1904년 캔버스에 유채, 83 x 157cm, 헤센 주립박물관, 다름슈타트 |
| 금기에 대한 유혹과 두려움의 경험 |
|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라는 주제 외에도 19세기 이후 선호된 몇 가지 주제가 있었는데, 그 가운데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Pierre Auguste Renoir)의 [오이디푸스 왕]은 비운의 신탁이 이루어졌음을 깨달은 오이디푸스가 장님이 된 순간을 그린 것이다. 오이디푸스가 장님이 되는 사건은 오이디푸스 전설을 다룬 고대의 서사시보다는 후대의 비극시인들, 즉 아이스퀼로스(Aeschylos)의 테바이 비극 3부작 중 전해지는 마지막 편 [테바이를 공격하는 일곱 장수들], 또는 소포클레스가 각색한 [오이디푸스 왕]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소포클레스의 희곡은 테바이의 왕이 된 오이디푸스가 도시에 창궐한 역병의 원인이 선왕 라이오스의 살인자와 관계 있다는 신탁에 따라 그를 잡고자 결심하는 부분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자신이 바로 그 살인자라는 것이 밝혀지고 설상가상 라이오스는 친아버지였으며 아내로 삼은 이오카스테는 그를 낳아준 어머니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이오카스테는 절망하여 목을 매달고 오이디푸스는 스스로 눈을 찔러 멀게 한 것이다. 이후 오이디푸스의 행보는 소포클레스의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에서 전개되는데, 장님이 된 오이디푸스는 딸 안티고네와 함께 테바이를 떠나 방랑하다가 테세우스가 다스리는 아테네로 가서 머물다가 죽음을 맞게 된다. |
 |
 |
| 1 오귀스트 르누아르 [오이디푸스 왕] 1895 년 캔버스에 유채, 개인소장 |
| 2 샤를 프랑수아 잘라베르 [오이디푸스와 안티고네] 1842년 캔버스에 유채, 115cm×147cm, 루앙 미술관 |
| 오이디푸스 가문의 비극은 그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았다. 아이스퀼로스의 [테바이를 공격하는 일곱 장수들]에 따르면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어머니 이오카스테 사이에서 낳은 네 명의 자식 가운데 두 아들 에테오클레스와 폴뤼네이케스에게 칼로써 아버지의 유산을 나누어 가질 것이라는 저주를 퍼붓는다. 스위스 출신으로 주로 영국에서 활동한 화가 헨리 푸셀리(Henry Fuseli)의 [아들 폴뤼네이케스에게 저주를 내리는 오이디푸스]는 바로 이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눈 먼 오이디푸스가 두 딸 안티고네와 이스메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폴뤼네이케스를 가리키며 저주하고 있다. 실로 두 아들은 오이디푸스가 죽고 나자 테바이의 왕위 계승권을 두고 서로 싸우다가 둘 다 죽고 만다. 이에 소포클레스의 비극 [안티고네]는 그 뒤의 사건들을 구성하고 있는데, 19세기 그리스 화가 니키포로스 리트라스(Nikiphoros Lytras)의 작품은 반역자로 낙인 찍혀 짐승의 밥이 되도록 버려진 폴뤼네이케스의 시신을 묻어주기 위해 몰래 마을을 빠져 나온 누이 안티고네를 보여준다. 안티고네는 그 죄로 지하 감옥에 갇힌 뒤 목을 매어 자살함으로써 오이디푸스 가문의 비극을 이어간다. |
리트라스 [죽은 폴뤼네이케스 앞의 안티고네] 1865년
캔버스에 유채, 100cmx157cm, 아테네 국립미술관 |
| 오이디푸스 신화는 고대의 서사시와 비극을 거쳐 근대의 문학과 미술에서 재탄생 되었고, 현대에 와서는 문학, 미술뿐만 아니라 영화와 연극과 같은 공연예술분야에서 끊임없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또한 20세기 초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라는 오스트리아의 학자는 이 신화를 토대로 그가 창안한 정신분석학 이론의 핵심을 구성하기도 했다. 그 유명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Oedipus complex) 개념이 바로 그것이다. |
| 그렇다면 이처럼 시대를 막론하고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오이디푸스 신화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 아마도 주인공 오이디푸스를 통해 겪게 되는 ‘금기’에 대한 유혹과 두려움의 경험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은 깨뜨려서는 안될 것을 깨기 위해 부단히 도전한다. 오이디푸스처럼 신탁을 깨기 위해 집을 나서고, 알아서는 안될 사실을 알고자 집요하게 추궁한다. 그것이 비록 끔찍한 비극을 초래할지라도 그 욕망을 멈출 수 없다. |
- 글
- 이민수 | 미술칼럼니스트
-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 졸업,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인간, 사회 그리고 미술의 상호 관계와 이 세가지가 조우하는 특정 순간을 탐구하는 데에서 미술사학의 무한한 매력을 느낀다. 보다 가까운 미술사, 소통하는 미술사에 대해 고민하며 집필 및 강의 활동을 겸하고 있다.
|
|
|
|
|
|
|
|
|
|
| 번호 |
이미지 |
제목 |
글쓴이 |
작성일 |
조회 |
| 31 | |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 | 룰라 | 2015/06/09 | 5817 |
| 30 | | 트로이의 목마 | 룰라 | 2015/06/09 | 4418 |
| 29 | | 파리스의 심판 | 룰라 | 2015/06/09 | 6033 |
| 28 | | 아르카디아 | 룰라 | 2015/06/09 | 12928 |
| 27 | | 안티고네 | 룰라 | 2015/04/06 | 3727 |
| 26 | | 아킬레우스 | 룰라 | 2015/04/06 | 4421 |
| 25 | | 페가소스 | 룰라 | 2015/04/06 | 4732 |
| 24 | | 니케 | 룰라 | 2015/04/06 | 11138 |
| 23 | | 가니메데스 | 룰라 | 2015/04/06 | 3350 |
| 22 | | 에오스 | 룰라 | 2015/04/06 | 3495 |
| 21 | | 네레이데스 | 룰라 | 2015/04/06 | 3092 |
| 20 | | freg단원 김홍도 | 룰라 | 2015/04/05 | 2295 |
| 19 | | 제피로스 | 룰라 | 2014/11/18 | 3429 |
| 18 | | 칼립소 | 룰라 | 2014/11/18 | 2511 |
| 17 | | 아리아드네 | 룰라 | 2014/11/18 | 3049 |
| 16 | | 파에톤 | 룰라 | 2014/11/18 | 2884 |
| 15 | | 세이렌 | 룰라 | 2014/11/18 | 2542 |
| 14 | | 헬레네 | 룰라 | 2014/11/18 | 3210 |
| 13 | | 켄타우로스 | 룰라 | 2014/11/18 | 3985 |
| 12 | | 칼리스토 | 룰라 | 2014/11/18 | 3800 |
| [1][2]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