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크, [지옥에서의 자화상], 1903년 캔버스에 유채, 82x66cm
[에드바르드 뭉크 – 영혼의 시 展]은 표현주의의 선구자 에드바르드 뭉크(1863-1944)의
전반적인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회고전이다.
뭉크는 20세기로 향하는 세기말의 전환점에서 유럽 모더니즘의 선구자적 인물이었다.
그의 작품을 특징짓는 요소 중 하나는 에로티시즘, 멜랑꼴리,
사랑, 슬픔과 관련된 감정을 시각적으로 밀도 있게 표현해내는 능력이다.
뭉크는 기존의 회화적 관습을 거부함으로써 동시대 부르주아들과 보수적인
미술 비평가들을 도발했고, 19세기 후반 유럽의 시각예술과 문학에서 일어난 모더니즘의 발전에 기여했다.
뭉크의 예술은 무엇보다도 극화, 강렬함, 역동성에 집중되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관점은 이번 전시 작품에 전반적으로 나타나는데,
[지옥에서의 자화상]은 이를 보여주는 좋은 예시이다.
뭉크, 그 자신에 대하여
뭉크의 작품에서 보이는 실존적 주제는 그의 자화상에서 특히 잘 나타난다. 그는 자화상을 통해 자신의 대중적인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적극적으로 힘썼다.
이러한 점은 작가가 자신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작품에 투영시킴으로써 스스로의 예술가적 기질을 표출한 것이기도 하다.
다수의 작품에서의 뭉크는 병약하고 우울하며 불안한 존재로 묘사되곤 했는데, 어떤 작품에서는 생기와 힘이 넘쳐 보이기도 한다.
자화상에서 그는 젊고, 병약하고, 노쇠한 여러 가지 모습으로 등장한다. 뼈만 남은 팔을 보여주는 석판화 [팔뼈가 있는 자화상](1895)에서 뭉크는
우리를 향해 면밀하면서도 자기의식적인 시선을 던진다. 뭉크의 후기 사진 자화상은 영상 매체를 통한 그의 창의적인 실험을 보여주는데, 뭉크가 활동하던 세기말은
산업화와 함께 영상 매체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던 시기였다.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던 모더니스트였던 뭉크는
30여 년간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작품 연구를 위해 자신의 사진을 참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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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뭉크, [자화상], 1882년캔버스에 유채, 26x19cm
2 뭉크, [팔뼈가 있는 자화상], 1895년석판화, 45.8x31.4cm
3 뭉크, [에켈리의 집 베란다에서의 자화상], 1930년모던프린트
생의 프리즈 연작
뭉크가 “삶, 죽음, 사랑에 관한 시”라고 표현한 생의 프리즈는 뭉크가 1890년대에 작업했던 실내 장식용으로 계획된 회화 연작이다.
뭉크는 평생에 걸쳐 회화와 판화 작품들에서 이 주제들을 다루었다. 생의 프리즈는 사랑, 불안, 고독, 죽음 등 인간의 근본적이고 실존적인 경험과의 조우를 다룬다.
1895년 뭉크가 베를린에서 머물던 시기에 ‘사랑’을 주제로 한 첫 번째 전시회가 열린 이후, 지속적으로 생의 프리즈를 연구했다.
이번 전시에서 생의 프리즈는 7개의 소주제, – 상실(Loss), 불안(Anxiety), 에로스(Eros), 사랑과 고통(Love and Pain), 욕망(Desire), 여자(Woman), 붉은 방(The Red Room) -로
각각 나누어진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절규(The Scream)]와 [생의 춤(The Dance of Life)], [마돈나(Madonna)], [뱀파이어(Vampire)], [키스(The Kiss)]등 다수의 대표작이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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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뭉크, [절규], 1895년석판화, 35.2x25.1cm
2 뭉크 [마돈나], 1895/1902년다색석판화, 60.5x44.4cm
3 뭉크, [병실에서의 죽음], 1893년캔버스에 파스텔, 91x109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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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뭉크, [생의 춤], 1925년캔버스에 유채, 143x208cm
5 뭉크, [뱀파이어], 1916-18년캔버스에 유채, 83x104cm
생명력
뭉크는 베를린에서 머물던 약 10여 년의 체류 기간 동안 신경증을 겪게 된다. 1908년 코펜하겐에 위치한 정신병원에 약 8개월간 머무르며
재활치료를 받은 후 고국인 노르웨이로 돌아간다. 이후 육체적, 정신적으로 회복하면서 다수의 밝은 분위기의 작품들을 제작했다.
작품의 주제 또한 자연에 대한 경외감과 노동의 즐거움 등을 다루게 된다.
[태양]과 [건초 만드는 사람]과 같은 주제는 뭉크의 예술 세계가 다루는 광범위한 주제를 두드러지게 한다.
이 작품들은 뭉크의 예술세계의 중심을 차지하는 불안과 질병, 그리고 사랑에 대한 묘사에 필적할 정도로 여전히 강렬하고 극적이다.
눈부신 색채와 역동적인 화면 구성은 일상적인 주제를 활력과 삶으로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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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뭉크, [건초 만드는 사람], 1917년캔버스에 유채, 130x150cm
2 뭉크, [태양], 1910–12년캔버스에 유채, 60x91cm
밤
뭉크의 ‘밤’에는 고독과 어둠, 그리고 멜랑꼴리가 스며들어 있다. 이 주제의 몇 작품은 노르웨이의 극작가 헨리크 입센
(Henrik Ibsen, 1828~1906)의 희곡 [욘 가브리엘 보르크만]과 깊은 관련이 있다. 뭉크는 입센의 작품에서 자신의 예술과의 연결점을 발견하였고 이를 소재로 차용하기도 했다.
[밤의 방랑자]에서는 입센의 희곡에 등장하는 밤새 갇혀있는 ‘아픈 늑대’처럼 자신의 방을 이리저리 거닐고 있는 뭉크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당장이라도 시린 바람이 들이닥칠 것 같은 어두운 밤공기와 백열등 빛으로 얼굴에 드리워진 노란 그림자, 그리고 움푹 패어 형태를 알 수 없는 두 눈이 더욱 고독함을 강조하고 있다.
[별이 빛나는 밤]은 입센의 희곡과 연관되면서도 그 자체로 시적 서정성을 지닌 아름다운 작품이다.
광활한 공간에서 도시의 불빛과 하늘에서 빛나는 별이 외로이 반짝이는 이 작품은 빈센트 반 고흐의 유명한 밤하늘과도 유사점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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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뭉크, [별이 빛나는 밤(Starry Night)], 1922–24년캔버스에 유채, 120.5x100cm
2 뭉크, [밤의 방랑자(The Night Wanderer)], 1923–24년캔버스에 유채, 90x68cm
판화 마스터
뭉크는 판화의 선구자이기도 했다. 그는 굉장히 많은 작품을 제작했는데, 유화 약 1,100 점, 판화 약 18,000 점, 드로잉과 수채화 4,500여 점을 남겼다.
약 20,000여 점에 육박하는 작품 중 대다수를 판화 작품으로 남겼고,
이는 뭉크가 판화라는 매체에 상당히 매료되었고 끊임없이 판화를 연구했다는 사실의 반증이기도 하다.
뭉크는 1894년 처음으로 동판화 기법을 시도한 이래, 당시 매우 세련된 기법의 다색 석판화를
제작하던 툴루즈 로트렉(Henri de Toulouse Lautrec, 1864~1901)의 영향으로 석판화 제작에 뛰어들었다.
이는 그가 판화 분야에서도 회화만큼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게 되는 발판이 되었다.
뭉크의 초기 판화는 이미 회화로 표현했던 이미지와 모티프를 이용한 복제본 형식이었다. 그러나 점차 생의 프리즈에
속하는 작품들이 판화로 탄생하면서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때로 뭉크의 판화는 회화보다
높게 평가되기도 했는데, [질투(Jealousy)]의 경우 유화보다 더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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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뭉크, [병든 아이 I], 1896년석판화, 43.2x57.3cm
2 뭉크, [질투 I], 1896년석판화, 33x45.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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