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눈발은 당신의 소식이다
손등에 손에, 떨어지는 깨알 같은 글자들을 받아
당신 숨소리를 가슴으로 듣는다
당신은 그 곳에서 눈발로 환한 소식이지만
고개 들어 눈보라 하늘에 길게 목을 넣고
당신 행방을 기웃거리며 살아남은 나는 뭐냐
죽으면 소식도 이따위로
세상 다 파묻을 듯 막막한 눈발이어야 하나
쌓이는 눈을 밟으며 뽀드득거리는 당신의 발소리 함께
얼마나 많은 낯선 골목을 나는 또 헤매야 당신에게 닿나
당신 떠난 천 일 눈물 같은 거 다 잊었는데
쏟아지는 눈을 읽다 보면 어째서 눈물이 흐르나
눈은 왜 꼭 당신의 하늘에서만 내려야 하나
눈물이 무거워 고개를 떨구어도
오늘은 당신의 안부가 세상에 천지다
아직도 영영 눈발마다 당신을 붙들고 나는 걷는다
깨알 같은 문장으로 어깨에 쌓이는 당신
